검정 맥스를 83번 신발장에 넣고, 오른쪽으로 틀어 내 눈 앞에 펼쳐진 목욕탕은, 꿈에서 봤던 그 목욕탕이다.
난 이 목욕탕을 본 순간 ‘아 여기 였구나’ 라고 자동으로 소리치지 않았다.
(그건 찾아야 하는 것이 눈에 나왔을 때의 안도감이 아니었다.)
내부는 꿈과 많이 달랐다. 내가 알던 목욕탕은 1일 1탕이 가능한, 정사각형으로 정갈하게 나뉘어진
탕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고 3개의 탕만 한걸음에 즐길 수 있도록 모여 있었다.
같은 만원이면 아버지를 여기에 데려왔어야 했는데… (노원 목욕탕은 이제 안 갈 듯 싶다.)
혼자 좋은 목욕탕에서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죄책감에,
락커로 가서 아버지께 연락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지만,
굳이? 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아무튼 꿈에 자주 나오던 목욕탕이 있다니 참 신기하다.
락커 키가 쫌 뻑뻑하지만,
여기는 자기 일을 꼼꼼히 하는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관리를 한 게 절로 느껴진다. (마치 오늘의 날 배려 한 거처럼)
아이의 때를 밀어주는 아버지의 사정과
피때밀이인인 아이의 속을 절대 알 수 없지만,
만약 저 장면을 써도 된다면 무언가의 홍보 포스터로 써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