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비유, 은유, 메타포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오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있는 내용을 발췌해봤는데요, 특히나 감명받았던 하루키의 표현들을 뽑아보았으니, 제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짜릿함이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겠습니다. 또한, 영어로 번역된 문장들도 같이 써놓았으니, 서구권에서는 어떻게 읽혔을지 가늠해 보시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줄거리
“미안하지만 이제 더는 누구의 집에도 전화를 걸지 말았으면 좋겠어”
4명의 친구들에게서 갑작스러운 절교 선언을 들은 ‘다자키 쓰쿠루’. 영혼을 의지했던 친구들이었기에 ‘다자키 쓰쿠루’는 큰 충격을 받고, 청춘의 일부분을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데 할애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자키 쓰쿠루’의 상처가 가라앉을 때쯤, 우연히 만난 여자 ‘기모토 사라’.
기모토 사라 : “자기는 그때 왜 그룹에서 퇴출되었는지, 이제 진실을 알아야 해”
‘다자키 쓰쿠루’는 4명의 친구들을 찾아 진실을 파헤친다. 그는 왜 그룹에서 추방당했을까? 한 명씩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그룹 퇴출 이유와 모든 게 달라져 있는 친구들의 근황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유, 은유, 메타포, 영어 번역
그때라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일 따위, 날달걀 하나 들이켜는 것보다 간단했는데.
Crossing that threshold between life and death would have been easier than swallowing down a slick, raw egg.
그런 가능성이 늘 그들 머리 위에 작고 단단한 삿갓 구름처럼 드리워 있었을 것이다.
That possibility must have always been hanging over their heads like a small, thick, lenticular cloud.
자기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는 일이란 마치 단위가 없는 물질을 계량하는 것과 같았다.
Trying to sort out his value to the group was like trying to weigh something that had no unit value.
우리 사이에서 일어난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소중히 지켜 가는 것. 바람 속에서 성냥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처럼.
We had to protect the special chemistry that had developed among us. Like protecting a lit match, keeping it from blowing out in the wind.
그리고 그 여름을 경계로 다자키 쓰쿠루의 인생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날카롭게 솟은 능선이 양쪽의 식물 생태를 다르게 갈라놓듯이.
Afterward, Tsukuru Tazaki’s life was changed forever, as if a sheer ridge had divided the original vegetation into two distinct biomes.
사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쓰쿠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풍경을 검증이라도 하듯이.
Sara’s eyes narrowed as she gazed at him, as if she were inspecting a scene that violated the laws of physics.
그녀는 글라스를 돌려 레드 와인을 흔들고는 잠시 그 파문을 바라보았다. 마치 누군가의 운세를 보는 것처럼
Sara swirled the wine in her glass and gazed at the ripples, as if reading someone’s fortune.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그 움직임이 아주 어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를 둘러싼 주변의 중력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When he moved, he felt clumsy and awkward, as if gravity were shifting around him.
벌거벗고 서면 갈비뼈가 불거져 나와 싸구려 새장처럼 보였다.
When he undressed, his ribs stuck out like a cheap birdcage.
그리고 새로운 자신의 존재를 조금씩 마음에 새겨 갔다.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고 그 문법을 암기하듯이.
And slowly he grew used to this newself, with all its changes. It was like acquiring a new language, memorizing the grammar.
눈썹은 가늘고 짙었으며 귀는 아름다운 조개껍질처럼 또렷한 윤곽을 드러냈다.
His eyebrows were narrow, but thick, his ears nicely formed, like lovely seashells.
금속 테 안경을 걸쳤고 머리는 막 낳은 달걀처럼 맨질맨질했다.
He wore gold-framed glasses, and he had a receding hairline, which made the top of his head as smooth as a freshly laid egg.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의 손가락은 물에 익숙한 물고기처럼 점점 민첩하고 활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As time went by, his fingers became more agile, more generous, in their movements, like fish swimming in clear water.
그는 그 이상한 이야기를 이상한 이야기 그대로 그냥 받아들였을 거예요. 뱀이 입에 문 먹이를 씹지도 않고 통째로 천천히 삼킨 다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소화시키듯이.
I think he totally accepted it as the weird tale it was. Like the way a snake will swallow its prey and not chew it, but instead let it slowly digest.
아무튼 충동을 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커다란 파도처럼 예고도 없이 일어났다.
At any rate, the urge was unstoppable, and like a huge wave crashing over him, this urge engulfed him without warning.
쓰쿠루는 잠시 말을 잃었다. 주머니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물이 새어 나가듯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Tsukuru didn’t know what to say. The strength drained out of him, like water leaking from a small hole in a bag.
앞장서서 복도를 걸어가는 그녀의 보폭은 넓고 그 발소리는 성실한 대장장이가 이른 아침에 내는 소리처럼 딱딱하고 분명했다.
She led him down the hallway with long strides, heels clicking hard and precise like the sounds a faithful blacksmith makes early in the morning.
우리는 그렇게 따스하고 기분 좋은 것을 뒤로할 수 없었던 거지. 추운 겨울 아침에 따스한 이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처럼.
We couldn’t leave that warm comfort zone. It’s like how hard it is to climb out of a warm bed on a cold winter morning.
그렇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런 건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마치 누군가가 뒤로 돌아 들어가서 플러그를 뽑아 버린 것처럼.
But the last time I saw her, it was all gone, like someone had slipped in behind her and pulled the plug.
그는 표정이 없었다. 아직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깨끗한 석판을 바라보는 사람같이.
He was expressionless, like someone staring at a brand-new lithograph with nothing etched in it yet.
시로가 말한 대로 나한테는 보이는 얼굴만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면의 얼굴이 있을지도 모른다. 늘 어둠 속에 감추어진 달의 이면처럼.
Maybe Shiro was right, that I have something unhinged and detached inside of me. Like the far side of the moon, forever cloaked in darkness.
일단 운동 리듬을 타면 사고를 아무런 속박 없이 자유롭게 떠가게 할 수 있다. 개를 들판에 풀어놓은 것처럼.
Once he got into the rhythm of the swimming, thoughts came to him, unhampered, like a dog let loose in a field.
쓰쿠루는 입을 가볍게 벌린 채 두 사람의 모습을 유리 너머 눈으로 좇았다. 마치 꼴을 거의 다 갖추어 가던 언어를 도중에 잃어버린 사람처럼.
Tsukuru, openmouthed, like someone who’d lost the words he was just forming, watched them through the large window.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명계의 길을 이미 사자에게 가르쳐 준 사신처럼.
He never looked back, like the Grim Reaper having shown a dead person the road to Hades.
쓸쓸하고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새벽까지 내리는 차가운 비처럼.
It was a sad, painful case. Like cold rain falling steadily until dawn.
언어는 거기서 아무런 힘도 없었다. 움직임을 멈춰 버린 무용수들처럼 그들은 오로지 고요 속에서 끌어안은 채 시간의 흐름에 몸을 실었다.
Words were powerless now. Like a pair of dancers who had stopped mid-step, they simply held each other quietly, giving themselves up to the flow of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