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일은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다. 그런데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 점점 그를 힘들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음악은 즐길 수가 없는 것이 됐고, 괴로움 덩어리일 뿐이었다. 이런 정준일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하지만 정준일은 자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며 더 괴로워했다. 열등감이 늘 그를 짓눌렀다.
정준일에게 음악이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필터 없이 들려준다. 거울에 비친 추한 자신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참고해서, 가사로 쓴다. 눈곱도 떼고, 엉망인 머리도 빗고 싶겠지만, 정준일은 꾸미지 않는다. 이러니까 정준일에게 음악은, 과정 자체가 고통이다.
시선 공포증, 어려운 가정환경, 학창 시절 원만치 않은 친구 관계 등 지금의 정준일은 수 많은 괴로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렇게 살아온 것들이 라이브 공연을 할 때 자세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팬들이 말하는 ‘폴더폰 창법’, ‘태아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푹 숙인 고개, 처진 어깨와 함께 노래하는 것에 대한, 팬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준일 : “노래를 기술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서 어느 위치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잘 몰라요. 제가 가장 편한 자세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됐고, 음악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더 그렇게 돼요.”
정준일 : “저 같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소외당하는 시간이 많다고 느끼는 분들 제 노래가 이해되는 분들이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고통을 억지로 이겨내지 않아도 돼요. 이 시간도 결국엔 지나갈 테니까요”
고통을 억지로 이겨내려 하지 않고 시간에 맡기는 정준일의 음악은, 소외된 사람을 위로한다. 사실 알고보면 정준일은 자기가 위로받고 싶어서, 그런 노래들을 쓰는지도 모른다. 정준일 노래 5곡을 선곡해봤다.
성시경 : “이거 가수 죽이는 노랜데? 너 이거 라이브 어떻게 할 거냐?”
정준일 : “그러게요. 큰일 났네요..”
우리 이제 그만하자
다신 마주치지 않도록
그렇게 지내자
별다를 거 없어
사는 게 그렇잖아
언제나처럼 우린 늘 혼자였잖아
생각보단 쉬울 것 같아
너없이 하루를 사는 게
내겐 지금보다
마음 졸이며 널 기다린 하루보다
어쩌면 혼자인 게 더 편할 테니까
그런데 왜 지금 나
널 그리워하는 거니
네가 없는 하루하루가
왜 이리 힘드니
네가 보고 싶다고 너무 보고 싶다고
전하지도 못할 말들을 하곤 했어
이제야 내 맘 다 알 것 같은데
오랜만에 누굴 만나서
시덥잖은 얘길 하고
소리 내어 웃곤 해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은 날 보며
너의 마음이 조금만 더 아팠으면 해
그런데 왜 지금 나
널 그리워하는 거니
네가 없는 하루하루가
왜 이리 힘드니
네가 보고 싶다고 너무 보고 싶다고
전하지도 못할 말들을 하곤 했어
이제야 내 맘 다 알 것 같은데
괜찮다고 말하던 친구들의
위로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겨우 웃어보지만
아무리 달려봐도 결국엔 그 자리에
난 너를 그리워하는가봐
미안해 나 지금 너에게
달려가고 있어
차마 네게 할 수 없던 말
이젠 고백할게
너를 사랑한다고 너무 사랑한다고
바보 같은 내 맘 받아 줄 수 있겠니
이제야 내가 날 알 것 같은데
이렇게 난 널 그리워하는데
하루가 무심히 지나가던 날
우두커니 방안을 맴돌다
문득 생각했어 나..
지난 이년 전의 우리
그 겨울 너와 나
보이지 않던 저 하늘너머로
같은 꿈을 살아내던 우리
어느새 넌 떠나고,
그저 그런 하루를 사는
나만 남아있어
고마웠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인사도
한마디 못하고 그저
돌아서던 그 길
난 한참을 무심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힘없이 무너져
한참을 울었어
난 한참을 무심하게
바보처럼 살아가다가
힘없이 무너져
한참을 울었어
그저 흔한 인사
한마디 못하고
이제야 꺼낸 말
난 정말 미안해
그대를 만나지 않길 바래요
오늘도 나 다짐 했어요
나만큼만 아니 나보다 조금
아팠으면 난 좋겠어요
우리 이렇게 될 거라면
우리 이렇게 헤어질 거라면
그대 내게 보여준 꿈과 믿음
아무것도 아닌가요?
왜 나를 미워하게 됐는지
다른 누군갈 사랑하는지
그래도 한번은 날 사랑했잖아
묻고 싶은 말들이 많고 많은 걸요
처음부터 헤어질 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사랑하지 말걸
이별은 늘 익숙하고 어려워
난 못난 사람인가 봐요
나 없이도 행복한가요?
내가 없는 하루는 어떤가요?
지루하고 외로운 날들이죠
가끔은 울기도해요
왜 나를 미워하게 됐는지
다른 누군갈 사랑하는지
그래도 한번은 날 사랑했잖아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다시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저 한번만 보고 싶어요
난 이제 무엇도 기대하지 않아요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던 것만
왜 이렇게 가슴에 남아
다시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저 한번만 보고 싶어요
난 어쩌죠
이별이 없는 만남은 없는 걸까
헤어짐 없는 사랑은 끝내 없는 걸까
아픔 없는 인생이란 없는 걸까
영원히 행복하기만 할 순 없는 걸까
가지 말았어야만 했던
시작하지 말아야 했던 사랑
우린 서로를 모르고
사랑이란 걸 모르고
사랑한다 억지 부리던 시절
끝을 알았더라면 달랐을까
꿈꾸지 않는 세상이 있다는 게
그래도 되는 세상도 행복하다는 게
너를 통해 나는 세상을 배웠어
네가 가르쳐 주었던 세상을 배웠어
네가 떠나던 그 날에 세상도 울었어
잠깐 내 얘기 들어줄래
미안 나 지금 얘기해야 해
미안해
알아 너 짜증나는 거
그러지마 알잖아 넌 날 잘 알잖아
이런 거 싫어 사실 많이 불안해
시시하잖아 이렇게 끝내진 마
별거 아니라 말해주면 좋겠어 난
‘괜찮아 별거 아니야’
사실 나는 잘 모르겠어
너의 진짜 맘이 어떤지
몰라 너 왜 그러는지
그러지마 불안해 넌 날 잘 알잖아
헤어지잔 말 그 말만 아니면 돼
나는 괜찮아 너 못되게 굴어도
너도 알잖아 많이 사랑하는 거 난
‘가끔 외로워 근데 괜찮아’
‘가끔 괴로워 근데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