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같은 내 방, 아늑한 내 방.
안에 있으면 뛰쳐나가야 직성이 풀릴 거 같은 내 방.
기 빨리는 사람들 틈에 있을 때 그리운 내 방.
어려운 책이 있는 내 방, 허세로 가득한 내 방.
버리면 큰일 날 것 같은 물건들이 많은 내 방.
계속 쓸 자신 있는 미리 사둔 여분의 헤어 에센스가 2개 나 있는 내 방.
여러 번 방 배치를 바꿔본 내 방, 이만한 배치가 없는 최적의 배치를 발견한 내 방.
랜선 때문에 문이 닫히지 않는 내 방, 창틀에 쌓인 먼지가 너무 많아 그 부분은 청소하기 두려운 내 방.
‘하얀색 에이스 침대와 이케아 책장 1‘, ‘기억이 흐릿한(아마 내가 산타가 있다고 믿던, 그 아이였던) 시절부터 있던 책장 2‘, ‘쿠팡에서 산 데스크탑‘ 이 사이 좋게 마주 보고 있는 내 방.
화난 이유를 몰라 너무 답답한 나를 받아 준 내 방.
내가 나태할 때 더욱더 나태함을 준 내 방.
그녀가 준 설렘에 같이 부끄러워 해 줄 수 있는 내 방.
친구의 배신에, 같이 마음을 굳게 닫은 내 방
난 베개를 꼭 안아야 내 방이 주는 안정감을 배로 느낄 수 있다.
내 최고의 적이자 친구인 내 방,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내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