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다. 당신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실컷 비웃고 싶다. 세제를 안 넣고 세탁기를 돌린 당신을 마음껏 비웃고 싶다. 축구에 대해 얘기하는 모임에서 갑자기 유희관을 얘기하는 당신은 참 눈치 없다. 모두가 짜장면을 시키는 순간에도, 마치 음식에 대한 올바른 신념이 있는 척, 혼자서만 짬뽕을 시키는 당신의 사회생활이 참 불쌍하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억울한 일에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라고 불평하는 당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국에서 별의별 불편함을 감수하고 아이폰을 쓰는 당신은, 왜 도대체 아직까지도 갤럭시로 바꾸지 못하는가? 바꿀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지 말아라. 그건 아집이다. 당신은 멍청하다. 난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다. 그 사람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왜냐면 잘못했으니깐, 다들 가는 길로 안 가고 눈치 없이 샛길로 빠져나가니깐. 유머감각이라고는 생쥐의 털만큼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웃겨보겠다고(심지어 연예인이 하는 드립을 그대로 외워서), 상황에 맞지도 않은 말로 갑분싸를 만드는 당신은 참 멍청하다.
그깟 Push-up 몇 개 해놓고, 마치 자신이 드웨인 존슨이 된 마냥, 어깨에 한 껏 뽕을 넣고 다니는 당신은 참 멋이 없다. 명치 한 대 때리고 싶다. 몸이 보정되어 나오는 거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멋이 가미된 포즈를 취하고 나선, ‘나 정도는 괜찮지’라고 하는 당신은, 자기 객관화가 모자라도 너무 모자라다. 어떤 방식으로 당신을 비난해야 가장 후련할까. 그래도 난 대인배니깐 당신을 때리지는 않겠다. 그저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당신은 10분이고 30분이고, 1시간이고 마음껏 비웃고 비난해주마.
근데 그건 사실 내 모습이다. 치가 떨리는, 세상에 어떻게 저런 놈이 살아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 화가 마음껏 난다면, 사실상 그건 자기 비하와 진배없으니, 처신 잘해라. 너는 너를 비난하고 있는 거다. 정확히 말하면 너와 그를 비난하고 있는 거겠네. 그의 단점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마냥 실실 쪼개지 말아라. 당신도 똑같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비난하는 것을 말리지 않겠다. 당신은 쫌생이 같은 그의 성격이 아주 마음에 안 드는가? 높은 확률로 다른 누군가도 당신의 치졸함에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그가 넘어진 곳을 표시해 두고 기억하길 바란다. 그곳은 당신이 곧 넘어질 곳이다.
난 누군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기 전에, 나에게 먼저 꽂아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