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첫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미소에 선함이 가득하시네요. 저는 앞으로 당신과 친하게 지내게 될 OO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당신의 미소에, 우왕 터지는 울음으로 응수하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아마도 누군가 이렇게 설계해 둔 거라고 생각해요.(제 의지가 아니여요) 누군가를 만날 때 꼭 웃음만이 반갑다는 표시라는 편견은 접어두세요. 왠지 아저씨를 처음 볼 때는 우와앙 울어야, 반갑다는 표시가 될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울지 않고,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더 큰일이 벌어졌을 거예요.”
“아저씨! 자꾸 깨워서 미안해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나왔던 울음이 계속 나와요. 나는 아마도 당신의 깊은 잠을 방해한 거겠죠? 글쎄요. 모르겠어요. 저는 이상하게 새벽만 되면 자꾸 울음을 터트리고 싶어요. 왜냐고요? 몰라요. 미리 울어둬야 되는 걸까요? 아저씨도 옛날에는 저처럼 많이 울었을까요? 당신은 오늘도 저를 정성스레 쓰다듬으시면서 괜찮다고 위로해주시네요. 이 기분이 참 좋아요. 이럴 때면 세차게 무언가 아주 불만이 많던 저의 울음도, 어느새 뚝 멈추게 되네요. 당신의 두툼한 손에는 어쩌면 울음을 멈추는 마법이 깃들어 있을지도 몰라요. 오늘도 당신 덕분에 다시금 잠들 수 있어요.”
“아저씨! 아저씨! 기쁜 소식이 있어요! 드디어 당신 없이도 변기에 앉아 일을 볼 수가 있게 됐어요! 아저씨도 기쁘시죠? 이제 조금은 아저씨의 짐을 덜어드린 것 같아 기쁘네요. 이게 다 아저씨 덕분입니다. 이제 툭하면 울던 습관도 조금씩 고쳐가고 있어요. 저도 이제 슬픔을 조절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죠? 에이, 칭찬은 그만두세요. 모두 아저씨 덕분인걸요.”
“죄송해요. 아저씨..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일어나지도 않았던 일을, 마치 있었던 일 양 말하고 말았어요. 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한 거죠? 그래요.. 그 돈은 사실 길가에서 주운 돈이 아니라, 누군가의 고생이 묻어있는 돈을 슬쩍한 것이에요. 당신은 미소의 대척점에 있는 표정을 짓고 계시군요. 매몰찬 당신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면서, 정직의 중요성을 알리려 하는 당신의 고군분투에 경외를 표할게요. 앞으로 더 정직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어어? 아저씨! 저기 우리랑 가장 친했던 아줌마가 떠나가는데요? 우리한테 말은 하고 가는 건가요? 아.. 저번에 얘기하셨던 대로 가시는 거라고요? 흠.. 뭐 저야 아저씨가 말씀해주셔서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가실 줄은 몰랐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작별 인사라도 해둘 걸. 아줌마도 참. 이렇게 일찍 가실 줄 알았으면, 이런저런 얘기 많이 나눴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
“아저씨! 아저씨! 국민은행 계좌 좀 불러봐요. 아저씨한테 빌린 돈 좀 갚으려고요. 어디서 났냐고요? 에이 어디서 났긴요. 저도 이제 아저씨가 오랫동안 해온 회사일을 하고 돈을 벌어오려고 해요.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되세요? 제가 기가 막힌 샤부샤부 집 예약해두었거든요. 저도 친구 소개로 알게 된 곳인데요. 친구가 그러는데, 아저씨가 참 좋아할 가게라고 하더군요. 아저씨한테 대출받은 거, 조금씩 조금씩 상환할 테니,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저씨가 뭘 알아요? 아저씨가 제 인생에 대해 뭘 알아요? 제가 그만두겠다는 데, 뭐 그렇게 꼰대처럼 구시는 거예요? 뭐요? 너만 힘든 게 아니라고요? 어떻게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 실 수 있어요? 아저씨는 버틸만하니깐 버티는 거고요. 저는 하루라도 못 버티겠으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저를 이해해주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저랑 가장 친한 아저씨라고 할 수 있어요? 더는 이렇게는 못 살겠어요. 난 이제 도망칠 거예요. 그렇게 아세요.”
“아 아저씨 미안해요.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제 본분을 잊었나 봐요. 아직 아저씨한테 빛 진 게 아주 많았지요? 다시금 일어나고자 해요. 당신에게 받은 걸, 완벽하게 갚으려면, 목숨이 적어도 3개는 필요하겠네요. 아니 근데 뭐 이렇게 많이 주신 거예요? 부담스럽게 시리. 다 갚지 못하더라도 제 성의만은 꼭 알아주세요. 참 뜻대로 되지 않는 게 투성이네요.”
“아저씨 근데 그거 알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과 참 닮아간다는 거? 문지방에 살짝 부딪혀도, 마치 세상 모든 고통을 안은 것처럼 엄살 부리고… 볼을 수시로 부풀려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이 팔자주름… 어쩜 이렇게 아저씨를 닮아가는지. 어쩌면 당신에게서 미리 내 미래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뭐요? 아저씨도 떠난다고요? 어디로 가시게요? 이상하다. 아줌마도 그렇고, 왜 이렇게 빨리 떠나는 거예요? 저 아직 당신한테 진 빚을 다 갚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가신다고요? 왜 그렇게 미련하고 멍청한 짓만 하다가 가시는 거예요. 이런 바보 같은 아저씨! 아!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어쩌면 이걸로 당신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을지 몰라요. 바로 다음에는 역할을 바꿔서 서로를 만나는 거예요. 그니까 그때는 아저씨가 내 역할이고, 내가 아저씨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러면 아주 깔끔하게 당신에게 진 빚을 갚겠네요. 이제 작별 인사합시다! 꽤 오랜 시간 아저씨를 알게 돼서 참 즐거웠습니다! 아줌마한테 꼭 안부 전해주시고, 보고 싶다고 전해주세요!”
잘 가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