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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kg 감량 후 쓰는 글


자전거 위의 마지막 10분은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시간이 너무 안 갔다. 이렇게 안 갈 수 있나 싶었다.

시간을 빨리 보내기 위한 비책으로, 눈 감고 ‘아픈 나를’ 1절을 불러보기도 했다.

“많은 약속과 바램들이~ 아직 내 언저리에~ 아픈 나를~ 바라봐 줘요~~”

눈을 떠보니, 다행히 1절을 부른 만큼 시간이 가 있었다.


3분이 남았을 때 드디어 다 왔다 싶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마지막 페달을 향해, 일정한 속도로 돌렸다.

5, 4, 3, 2, 1 0

자전거에서 내려와 몸에 걸치고 있던 것들을 세탁기에 넣어두고, 몸무게를 확인하러 차분한 걸음을 옮겼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OOkg가 아니면 어떡하지? 자전거를 더 타야 하나? 아니면 손톱을 깎아야 하나? 한발을 들고 몸무게를 재야 하나?”

두근구근, 체중계 속 올라가는 숫자들. 그리고 눈 아래로 보이는 내가 목표했던 몸무게.

“어유 잘했다. 진짜 잘했다. 수고했다.”

요즘 여러가지가 참 힘들었다. 뭐 누가 괴롭히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냥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일상에서 꽤 강도 높은 노력을 쉬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꽤 오래 유지한 결과가, 오늘 이렇게 숫자로 보이다니… 너무 기뻤다. 울컥했다.

“어유 잘했다. 멋있다. 신준호 대단하다.”

그렇게 울먹일랑 말랑한 목소리와 함께 샴푸와 바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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