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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설령 당신의 나체를 아무런 부끄럼 없이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겨,

눈을 감고 당신의 치골과 장골 사이에 있는 점을,

정확하고 날카롭게 짚을 수 있는 검지 손가락이 내게 있어도… 그게 있어도,

난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굳이 ‘여성전용사이즈표’를 보지 않더라도, 당신을 위한 상상 속 마네킹을 만들어,

옷을 쑥 입힌 뒤, 5분 만에 구매하고, 당신이 팔다리를 못 움직이는 상황에서,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당신 몸에 옷을 입힐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그게 나일지라도,

난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당신이 믿는 과학 지식의 출처를 이미 알고 있지만, 일부러 처음 듣는 척, 속아 넘어가는 척하는

연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 무언가 전달해야 직성이 풀리는 당신의 준비한 역할극에,

에드워드 노튼보다, 호야킨 피닉스보다, 전도연보다 딱 준비된 나지만… 그게 나지만,

난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당신의 임종에 손을 꼭 잡고 ‘지난날의 추억 되새김도 지겨움’에 야속할 때쯤,

당신이 마지막 유언으로 ‘날 이제 알고 있다고 말해줘’라는 속삭임에도,

침묵으로 일관할 수 있는 자신이 누구보다 있는 나는… 그럴 자신이 정말 있는 나는,

정말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미안합니다.

난 당신을 이해할 수 없게 설계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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