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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난 10시간의 잠을 잤지만 꿈 속은 적어도 3일의 일이 있었다. 꿈 속의 일들은 내 의도 없이 펼쳐졌기에 사라지는 것도 금방이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그 일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고자 모니터 앞에 앉았다.

보고 싶던 그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내 기억 속 그 아이’보다 더 예뻤다. 내 앞에 있는 그 아이는 원래 없던 쌍꺼풀도 있었고, 코도 훨씬 더 높았다. 그 순간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기에 ‘최대한 예쁜 장면’을 위해 그 아이를 ‘내 기억 속 그 아이’보다 예쁘게 만든 것 같다.

근데 난 왜 그 아이를 엘리베이터에서 봤을까. 그 아이와 나는, 비록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몇 마디를 서로에게 던졌다. (서로의 미소를 보면서) 난 그 몇 마디를 지어낼 수 있지만, 그렇고 싶지 않다. 사실 그건 그냥 서로만 이해하는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게 한국 말이든 서로만 알던 소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순간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연락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음’의 의미를 나누었다.

“너무 보고 싶어 어디야?”

“나도 보고 싶어! 나 지금 일하고 있어!”

그 아이의 친척 언니‘가 채팅방에 입장하였습니다.’

“You’re not her boyfriend, why would you possess her?”

“Why do you say ‘I miss you’ to her?”

“(왜 영어를 쓰고 지랄이야…나도 영어로 대답해야 하나?)”

“아니! 언니! 남자친구가 여자친구한테 보고 싶다는 표현하는 게 잘못 된 거야?”

“(휴… 혼자 착각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어느 작업실에 멀뚱히 서 있는 나는, 매형이 준 바지와 똑같은 청색의 일체형 옷을 입고 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주 천박한 일을 하고 있다.

그때, 들어오는 문 너머로 그 아이가 서 있었고, 나는 그걸 다행히 발견 했다.

그리고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 공평하게 반 쯤 나눠 할당된 만큼 서로는 걸음을 옮겼고,

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유일한 일이고,

앞으로 절대 모든 장면이 동일한 위치와 시간이 일치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상응하는 만큼의 강도로, 그 아이를 강하게 안았다.

여자 1, 여자 2, 여자 3과 나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만 갇히고 말았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멈춘 것 같았다.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 1, 여자 2, 여자 3을 대신해서, 내가 억지로 부여 받은 남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나는 경비 아저씨를 호출하는 버튼을 누르고 소리쳤다.

“아저씨!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안 움직여요.”

거기까지는 내 담당이 아니라는 듯 아저씨는 무관심하게 답했다.

“아 그래요? 왜 그러지.. 신고 한 번 해볼게요~”

“(하.. 빨리 가야 한 번을 볼 수 있는데…왜 고장 나고 지랄이야… 이따가 꿈에 깨면 엘리베이터에서 갇히는 꿈의 의미를 한 번 찾아봐야겠다.)”

이번엔 보다 넓은 엘리베이터에 내가 있다. 지하철에 있는, 앞뒤로 내리고 탈 수 있는 불편한 분들을 위한 엘리베이터보다는 조금 공간이 넓었다.

아무튼 나는 엘리베이터가 위 아래로 움직이는지, 옆으로 움직이는, 문이 닫히는 지 열리는 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오로지 카톡 메시지 만을 기다리고 있다.

“왜 연락이 없는 걸까? 내가 보고 싶다면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때, 과거의 과오를 경험하고 후회하고 있는 또 다른 내가 행동하라고 소리쳤다.

“넌 평생 기다리기만 할 거니? 너 뭐 돼? 가끔은 딱 떠오르는 무언가를 아무런 필터 없이 행동에 옮겨야 원하는 것 얻을 수 있는데, 지금이 이 순간이라는 것을 네가 제일 잘 알면서 왜 도대체 그러질 못하는 거니?”

하지만 난, 내 기질에 또 졌다. 쭈뼛 쭈뼛 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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