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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검색어 1위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른 백수, 병이 있어도 괜찮아, 긍정의 힘


내 이름이 네이버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동명이인이 아니다.

노원구 상계동에 살고 있는 1989년 5월 14일에 태어난 나 ‘신OO’가 정확히 맞다.

나는 어제 까지만 해도 혼자 사는 쓸모없는 백수였다.

컴퓨터 게임으로 현실을 도피한다. 어쩌다 카페에서 어려운 책 읽기, 스쿼드 100개를 하며, 하루를 자위하는 형편없는 인간이다.

근데 지금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연예인들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무엇이냐? 나는 내가 왜 검색어에 있는지를 아직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라고 하겠지만, 정말 모른다. 

나는 극도의 긴장과 호흡곤란, 스트레스,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아무것도 못하고 이불만 뒤집어쓰고 있다. 

휴대폰은 이미 끄고 덮어 둔지 오래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알람 수는, 부재중 통화 158통 카톡 58개로 기억한다. 

평소에는 나한테 관심도 없던 인간들도, 나랑 연락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제정신이야?”


친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상황을 파악해 본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인터넷에 난리도 아니야. 그거 정말 네가 맞는 거지? 나한테도 연락 많이 와”


서로 심한 장난도 많이 하는 친구여서, 나도 대수롭지 않게 장난을 받았다.


“야 그래 내가 죽였다 어쩔래? 죽여야 할 놈을 죽였을 뿐인데, 오히려 고마워야 하는 거 아니냐?”


“… 미친새끼”


그때부터 다른 전화들도 오기 시작했다. 다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거 정말 네가 맞냐? 너 정말 쓰레기구나? 날카로운 비난 화살이 마구 쏟아졌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나는, 기억할 필요도 없는 형편없는 어제를 복기해 보았다. 


05-13일 어제 일기


[14:00] 기상 (악몽을 꿨다. 내가 아는 모든 지인들이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보는 꿈이었다.)


[15:00] 인스턴트커피 향과 게임, 컵라면과 참치 캔 섭취


[18:00] 로또랑 마스크 구입 위해 창동역 방문, 카페에서 론다 번의 ‘시크릿’을 읽음


[21:00] 버거킹 들려서 햄버거 섭취, 집에서 게임


[04:00] 유튜브 틀어놓고 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다다. 사람을 만난 일은 종업원들 밖에 없고, 의미 있는 일을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대체가 모르겠다. 내가 뭔가 큰 잘못을 한 거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혼란에 휩쓸려 나도 모르는 사이에, 30분 정도 잠이 들었다. 

얕은 수면이 드디어 인터넷을 확인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검색어에는 아직까지 내 이름이 자리 잡고 있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2위로 내려앉아있다. 

스크롤을 끌어 클릭 후 첫 번째 기사를 읽었다.


[XX경제 이XX 기자]
입력 2020.05.14 13:01 | 수정 2020.05.14 15:10
창동역 흉기 난동범, 본인의 신분을 당당히 밝히며 소리 질러


서울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서 갑자기 흉기를 휘둘러 5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용의자 남성은 32세 남성으로 현재 무직인 상태이다.

그는 창동역 부근 화장실 앞에서, 살인을 명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며 환청을 호소했다. 또한,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89년생 5월 14일, 신 XX”라고 재차 밝히고 “세상이 X 같아서 담쌓고 있지만, 관심받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30분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해 소리쳤다.

전문가에 따르면 용의자는 조현병(정신분열병)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조현병의 주된 증상은 환청, 망상, 이상 행동, 횡설수설 등의 증상과 심할 경우 환각과 환청을 경험한다.


용의자의 신상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세상 정말 무섭다.”, “집에는 그냥 틀여 박혀 있지”, “조현병이면 다 용서되는 거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저럴 리 없고, 설령 그랬다 해도, 난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


그래도 어렸을 적 유명 해 지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라도 유명해지니 기분이 좋다.


최근에 ‘시크릿’이라는 책을 읽고 적용을 한 게, 크게 유효한 것 같다. 

이 책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내가 유명해지는 것을 간절히 바랐는데, 역시 끌어당김의 법칙은 신통하다.

고마워요! 조엘 오스틴 그리고 론다 번! 긍정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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